소년은 정의로웠다.
누구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만큼의 힘이 있었고, 누구나 그를 보면 옳고 그름을 분명히 아는 사람이라 인정했다.
타고난 건강함과 불굴의 기개는 그에게 굴욕이나 굴복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소년은 이상할 정도로 정직했고, 겸손했다. 마치 자신이 가진 힘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알고 태어난 사람처럼.
소년은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냉혹한 규율로 집안을 다스렸지만, 소년은 그런 아버지가 자신이 되고 싶지 않은 모습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았다.
"나는 저런 아버지가 되지 않을 거야."
소년은 그렇게 다짐했다.
그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손으로 부딪히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의 노력을 온전히 인정해주지 않았다.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믿는지 같은 외적인 이유로 자주 배제되었다.
소년은 속으로 분노를 삭이며 꿋꿋이 일을 해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에서 벌어진 국가의 폭력적인 사건과 오히려 국가의 편에 서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의 마음에 불길 같은 분노를 심었다.
"이대로는 안 돼."
그는 결심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힘과 능력을 더 큰 곳에서 발휘하고 싶었다.
소년은 공부를 시작했다.
손으로 익힌 일에는 능숙했지만, 책상 앞에 앉아 머리를 싸매는 건 그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공직자의 길에 첫 발을 내디뎠다. 묵묵히 일하며 자신이 꿈꿨던 미래를 머릿속에 그려갔다.
그러던 중, 소년은 당차고 똑똑한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음악과 예술을 사랑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달랐다. 소년의 성실함과 선한 마음에 그녀는 점점 끌렸다. 소년은 그녀에게 자신의 꿈을 말했다.
"언젠가 더 큰 자리에서 내 능력을 펼쳐보고 싶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꿈을 응원했다.
그렇게 둘은 결혼했고, 아이를 가졌다.
하지만 현실은 소년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거칠고 힘들었다.
가족과 함께할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그녀는 낯선 도시에서 혼자 외로움을 견뎌야 했다.
고향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그녀에게 버거운 일이었다. 소년은 그런 그녀를 보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꿈과 현실의 간극은 점점 더 커져갔다. 그는 결국 목표를 수정해야 했다.
소년은 자신이 선택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며 가족을 지키는 데 집중했다.
아이는 소년의 희생 덕분에 부족함 없이 자랐다.
아들은 어릴 적, 부모가 대단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세상에 나와 보니, 그들이 이뤘던 많은 것들이 의외로 간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 외식, 비싼 물건을 사는 일 같은 것들이 세상에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아들은 속으로 부모의 삶을 냉소적으로 바라보았다.
"세상을 바꿀 거라던 그 꿈도 결국 어디까지 갔던 거지?"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부모가 은퇴 후 직접 기른 작물들을 이웃과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소소한 나눔이지만, 그들에겐 그것이 삶의 일부분이었다.
회사에서 동료들과 아무렇지 않게 나누는 값비싼 선물이나 회식비와 비교하면 부모의 삶은 너무나 초라해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아들은 아버지의 잃어버린 꿈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고, 가족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주고 싶었던 거야. 그리고 이웃들에게 친절하려고 노력하셨던 거야."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아버지가 잃었던 꿈은 결코 작지 않았다. 그것은 정의를 고민하고, 행동하려던 용기였다. 비록 세상에 거대한 발자국을 남기지 못했더라도, 소년은 자신만의 세상을 꿈꾸며 살아왔던 것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아들은 아버지의 인생을 함부로 평가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들이 베풀어준 사랑 덕분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사랑받으며 자랐는데,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돌려주었을까?"
소년은 지금도 자신만의 세상을 꿈꾸며 살아간다.
그의 삶은 초라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전히 빛나고 있다.
아들은 다짐했다.
"나도 그들처럼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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