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8주차

나는 비위가 약한 편이다.

 

작은 불편에도 쉽게 메스꺼움을 느끼고, 특히나 헛구역질 소리에는 민감하다.

 

그런 내가 아내의 헛구역질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복잡하다.

 

괴로워하는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면서도, 나 역시 덩달아 속이 울렁거린다. 그 소리와 냄새는 나를 마치 공허한 공간에 떠 있는 것처럼, 무겁고 답답하게 만든다. 가슴에 뭔가 걸린 듯한 느낌이 든다.

 

아내는 아침마다 누룽지를 끓여달라고 한다. 이런 부탁이 점점 자연스러워지는 것이 신기하다. 때로는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에 나는 가끔씩 경각심을 주고 싶어진다. 그렇지만, 이 모든 과정이 우리 둘 다 힘들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집안일은 거의 나의 몫이지만, 간혹 아내가 도와주기도 한다. 사실 6년간 자취를 했던 경험이 이렇게 빛을 발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막막하고 어렵게 느껴졌던 일들이, 이제는 그저 익숙한 일상이 되었으니까. 그래서인지 아내의 입덧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특별히 도전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의 마음은 때때로 무겁다.

 

아내의 헛구역질을 듣고, 힘들다는 그녀의 말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나 역시 모르는 사이에 불안해진다. 마음 한구석이 늘 불편하고,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럴 때 나는 러닝에 집중한다.

 

직장에서 운동 모임을 만들었는데, 매주 각자가 설정한 운동 목표를 채우지 못한 사람은 나머지 동료들에게 커피를 사야 한다. 그 덕분에 나 혼자였다면 벌써 포기했을 운동을 2달째 꾸준히 하고 있다.

 

러닝을 할 때는 오로지 발끝에 집중하며 달린다. 조깅이 나에게 가장 잘 맞고, 출근 전에 최대한 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땀을 흘리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하루가 힘차게 시작되는 기분이 든다.

 

아내는 운동을 권유받지만, 늘 지쳐서 거절하곤 한다. 그래서 타협한 것이 스트레칭이다. 저녁마다 거실에서 함께 스트레칭을 하는 시간이 요즘 우리에게 가장 큰 위안이 된다.

 

Fitdays라는 앱으로 적당한 난이도의 스트레칭을 고르고, TV에 연결해 함께 움직인다. 테이블을 밀어놓고 넓어진 공간에서 몸을 풀다 보면, 웃음도 나고 가끔은 그 순간이 잠시 모든 어려움을 잊게 해준다.

 

이제 임신 8주 차.

 

초음파 검사에서 2cm가 된 아기의 모습이 보였다. 발도 보인다. 작은 콩알만 한 생명이 자라나고 있다. 그 작은 존재가 아내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동시에 안쓰럽다. 밤마다 아내는 내게 배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해달라고 한다.

 

그 기도 속에는 아기를 위한 말도 있지만, 아내 자신의 힘겨움을 덜어달라는 소망이 더 크게 담겨 있다. 그만큼 이 시기가 그녀에게 얼마나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지 느낄 수 있다.

 

나는 종종 그녀에게 더 활동적으로 지내라고 권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담배보다 해롭다는 말을 다시 떠올리며, 나는 그녀에게 조금 더 인내하고 스스로 자제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