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씩, 하루하루

시현은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집 앞 공원으로 달려나갔다.

 

언제나 똑같은 운동화, 똑같은 시간, 똑같은 길. 한 발씩 내딛는 걸음걸이에는 군더더기나 망설임이 없었다. 그가 매일 하는 일은 단순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을 만드는 것.

 

사람들은 시현을 이상하게 봤다. 시대가 바뀌고 유행이 변하는데, 그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달리기는 이미 끝난 운동이라고, 요즘은 다들 요가나 필라테스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시현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는 매일 아침 달렸고, 그것이 그의 하루를 만들어 주는 단단한 토대였다.

 

시현의 목표는 거창하지 않았다. 그저 어제보다 오늘 더 잘 달리고, 더 열심히 배우고, 더 충실하게 일하는 것이었다.

 

회사에서는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성실하게 임했고, 매일 조금씩 나아지려는 그 태도가 점차 인정받기 시작했다. 동료들이 무언가 핫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려고 눈에 띄게 노력하거나, 사내 정치에 휩쓸려 다닐 때도 시현은 그저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나갔다.

 

"요즘 어떤 트렌드 알아? 이거 해야 승진할 수 있대."

 

"그 프로젝트가 떠오른다는데, 거기 못 들어가면 답 없어."

 

동료들의 목소리에는 언제나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그들은 주변 상황과 평가에 민감했고, 유행을 쫓는 데 힘을 쏟았다. 하지만 시현은 그런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그리고 그게 내 방식이지."

 

누가 뭐라고 해도 그는 속도를 바꾸지 않았다.

 

주말이 되면 시현은 독서실에 갔다. 자격증 시험 공부를 하거나, 새로운 언어를 배우거나, 취미로 코딩을 공부하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무슨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하느냐고, 요즘은 이런 것보다 다른 것이 더 유망하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시현에게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어느 날, 동료였던 선우가 시현에게 찾아와 물었다.

 

"요즘 다들 다른 회사로 이직 준비하는데, 너는 왜 그대로 있어? 솔직히 좀 답답하지 않아?"

 

시현은 잠시 웃으며 생각했다. 물론 자신도 때로는 불안하고, 때로는 남들처럼 화려한 길을 걷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자신이 매일 꾸준히 쌓아온 하루하루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내 길을 걸을 뿐이야. 이게 어디로 이어질지는 몰라도, 나는 그 길을 걸으면서 매일 성장하고 있다고 믿어."

 

선우는 시현의 대답에 멈칫했다. 그는 그런 확신과 끈기가 부러웠다. 남들은 모두 주변을 보며 판단하지만, 시현은 오로지 자신을 보며 판단하고 있었다.

 

몇 년이 흘렀다. 회사는 큰 변화를 겪었다. 여러 프로젝트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방향으로 재편되었다. 동료들은 퇴사하거나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그 와중에도 시현은 변하지 않았다. 늘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해내고,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시현이 하루하루 쌓아올린 꾸준함은 그를 점점 더 단단하고 유능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어느 날, 회사에서 대규모의 인재 재배치가 있었다. 모두가 불안해하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시현에게는 놀라운 제안이 왔다. 더 큰 프로젝트의 리더로 발탁되어 그의 이름은 회사 내에서 빠르게 알려졌다. 모두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눈에 띄지 않게 묵묵히 일하던 그가 어떻게 이렇게 큰 기회를 얻게 된 걸까?

 

"시현씨는 꾸준했어요.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매일매일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상사의 말에 동료들은 시현을 다시 보게 되었다. 한 번도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성실히 걸어가던 시현이 결국 가장 멀리 간 사람이 된 것이다.

 

시현은 여전히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났다.

 

여전히 똑같은 운동화를 신고, 똑같은 길을 달렸다. 그의 하루는 언제나 똑같았지만, 그 속에서 그는 계속해서 더 나은 자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주변에서 누가 더 앞서 나가느냐, 어떤 것이 유행이냐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그저 자신의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며 나아갔다.

 

"뭔가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후배가 묻자, 시현은 잠시 멈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는 거야. 하루하루를 충실히 쌓아가다 보면, 결국에는 그 모든 것이 나를 이루게 돼."

 

시현은 오늘도 그저 걷고, 뛰고,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주변의 시선, 대세,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자기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에 집중한다. 하루하루의 작은 성실이 쌓여, 그는 더 단단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 되었고, 그의 길은 그렇게 끝없이 이어진다. 지금처럼 한 걸음씩, 그리고 내일도 또 한 걸음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