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소설: 흙 속의 꽃
긴 겨울이 끝나고, 빗줄기가 거세게 내리치던 어느 날이었다. 도시의 구석구석을 흐르는 배수로는 회색빛 물결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물결은 시커멓게 탁해져 있었고, 사람들은 그곳을 더럽다고 여겨 가까이 가지 않았다. 물속에선 오래된 페인트 조각, 부러진 나뭇가지, 그리고 부유물들이 끊임없이 떠다녔다. 그러나 그 흐름의 한 구석에, 잊혀진 작은 땅덩어리가 있었다. 이 작은 흙덩이는 물길에 휩쓸리며 차가운 바람과 빗속을 떠다녔다. 처음엔 그저 흔한 잔해 중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 작은 흙덩이 속엔 생명이 숨쉬고 있었다. 비가 그치고, 태양이 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얼굴을 내밀었을 때, 흙덩이는 우연히도 바위 틈새에 걸리게 되었다. 뿌리 내릴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없었다. 뿌리는 조심스럽게 흙 속을 탐색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