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다." 입덧으로 고생 중인 아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내 바람으로는 좋은 말만 하라고 하고 싶지만... 그 고통을 내가 가늠할 수 없기에 그저 위로해줄 수 밖에 없다. 오늘은 화장실 청소, 빨래 널기, 설거지를 했다. 평소 깔끔한 아내의 눈에 썩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잔소리할 힘도 없는지 침대 위에서 잠만 잔다. '렐루'는 '할렐루야'에서 따온 우리 태아의 태명이다. 임신을 기다리던 우리에게 선물처럼 온 아기 우리는 아기를 위해 AI로 노래를 만들어 불러주고 있다. 'Lellu's luluby' 노래를 불러주거나, 사소한 따뜻한 한마디도 아내에게는 위로가 되는지 자주 해주라고 한다. 가끔은 눈물이 고이기도한다. 아마 많이 힘들어서 그런거 같다. 내가 알아본 바로는 6주~12주에 입덧이 무척 심해..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커다란 창문을 마주한 에밀리 헤이즈는 창밖의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화려한 고층 빌딩들이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아무 일 없는 듯이 바삐 움직였다. 누군가는 기회를 찾고, 누군가는 이미 기회를 손에 쥐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그 기회가 자신에게도 올 것이라 믿고 있었다.하지만 에밀리는 그 믿음의 이면을 잘 알고 있었다. "있는 사람이 더하다는 말, 많이 들어봤지?" 에밀리는 침묵을 깨며 말을 시작했다."그건 결국,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더 탐욕스러워진다는 뜻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이기적인 행동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지. 왜냐하면 우리는 자주 이렇게 생각하거든. '저들이 그 자리에 올랐으면 이제는 남을 위해서 일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은 오랜 시간 길을 걸어왔다. 길은 매 순간 거칠었고, 그들의 발은 돌에 채이기 일쑤였다. 어둠은 깊어졌고,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서로의 희미한 숨소리뿐이었다. 한때 그들은 이 길의 끝에 밝은 빛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끝없는 여정의 끝자락에서,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거대한 벽이었다.그 벽은 차갑고, 거칠고, 지나치게 높았다. 누구도 이 벽을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들 중 몇몇은 절망했다. "이것은 불가능해," 그들은 말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오랜 여정의 피로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앉아버렸다. 마치 그 자리에 주저앉아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그러나, 그 중 한 사람은 달랐다. 그는 벽을 응시했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 대신 결연함이..
1. 첫 만남루카는 열 살이었다. 강 건너편에는 그가 속한 마을과는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루카가 살던 곳에서는 어릴 때부터 강 너머의 세계가 위험하다고 가르쳤다. 강 저편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속이고, 해치려 한다고 했다. 루카는 이 가르침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의 부모와 마을의 어른들은 모두 같은 말을 했고, 루카는 그들의 말을 진리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루카가 어느 날 강가를 거닐고 있을 때, 강 저편에서 그의 또래로 보이는 소녀가 그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그녀의 이름은 리아였다. “안녕,” 리아가 말했다. “나는 리아야. 너는 누구니?” 루카는 그녀를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리아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지만, 루카는 리더가 한 말을 떠올렸다. ‘그들은 웃으며 너를 속일 것이다.’..
모든 것이 하얀 방에서 시작되었다. 그 곳은 창문도, 문도 없는 방이었다. 오직 사방을 에워싼 하얀 벽과 그가 앉아있는 작은 의자, 그리고 그의 손에 쥐어진 낡은 사진첩이 있을 뿐이었다. 사진첩을 쳐다보며 그는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다. 오래된 것 같지만 손때가 묻어 있는 사진첩, 어딘가 자신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진첩을 열자 첫 번째 사진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사진 속은 어느 한적한 도시의 광경이었다. 오래된 거리와 지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사진 속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이 있었다. 그는 분명 그곳에 서 있었다. 그 순간 그가 흥얼거리던 멜로디가 귓가를 맴돌았다. 낯익고, 생생하게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그 음률.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 멜로디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순간, 사진 ..
1장: 마른 잎의 흔적나루는 언제나 조용히 숲을 걸었다. 숲은 그의 발밑에서 소리 없이 흔들렸고, 그는 그 움직임을 느끼며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의 종족은 태어날 때부터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는 말을 전해 내려왔다. 그것은 곧, 자신의 숙원을 찾아가는 과정을 의미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명확히 주어지지 않았다. 나루는 그 숙원을 찾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어릴 때부터 그는 주변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다른 이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소한 것들, 바람이 남긴 흔적, 물결이 부딪치는 소리. 그는 그것들이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조금씩 흔들어 놓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언제나 말하곤 했다. "사소한 것들은 큰 의미가 없어."그러나 그 말이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