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커다란 창문을 마주한 에밀리 헤이즈는 창밖의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화려한 고층 빌딩들이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아무 일 없는 듯이 바삐 움직였다. 누군가는 기회를 찾고, 누군가는 이미 기회를 손에 쥐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그 기회가 자신에게도 올 것이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에밀리는 그 믿음의 이면을 잘 알고 있었다.
"있는 사람이 더하다는 말, 많이 들어봤지?"
에밀리는 침묵을 깨며 말을 시작했다.
"그건 결국,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더 탐욕스러워진다는 뜻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이기적인 행동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지. 왜냐하면 우리는 자주 이렇게 생각하거든. '저들이 그 자리에 올랐으면 이제는 남을 위해서 일해야 하지 않을까?' 또는 '이미 부를 축적했으니, 더 가질 필요는 없지 않나?'라는 식으로."
마크는 에밀리의 옆에 앉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오랫동안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매번 새로운 통찰을 얻는 느낌이었다. 에밀리는 눈앞의 풍경을 주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들은 처음부터 그런 사람들이었어. 그 자리에서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남들보다 앞서나가려는 사람들. 타고난 탐욕이나 이기심을 탓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원래 그런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그 자리에 갈 수 있었던 거지."
마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결국, 그런 사람들만이 높은 자리에 오른다는 거야?"
"그렇지.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야."
에밀리는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사회는 그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성공하게 만드는 구조를 갖고 있어. 우리가 높이 평가하는 것, 즉 '능력'이나 '성취'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것들이 결국 그들이 가진 탐욕과 이기심을 부추기는 것이지. 사회가 정한 성공의 기준이 그들을 자연스럽게 선택한 거야."
마크는 에밀리의 논리에 공감하면서도 반문할 질문을 떠올렸다.
"그럼, 그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거야? 그들의 탐욕이 당연한 결과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잖아."
에밀리는 고개를 저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사람들이 착각하는 거야. 우리는 종종 그들의 행동을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만 바라보는데, 사실 중요한 건 그들이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느냐야. 사회가 정한 기준이 탐욕적이고 이기적인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되어있다면, 그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거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에밀리는 말을 이어갔다.
"사람들은 흔히 '왜 저 사람은 그렇게 많은 걸 가졌으면서도 더 가지려 할까?' 하고 의문을 가져. 그건 본질적으로 그 사람의 성향과 관련 있어. 처음부터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그들이 지금 더 가지려 하는 행동은 원래부터 예견된 일이야. 더한 사람이 원래 그 자리에 가는 거지. 우리가 그들의 탐욕을 지적하는 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마크는 조금 더 깊이 생각했다.
"그러면, 우리는 뭘 해야 하는 거지? 탐욕스러운 개인을 처벌하는 걸로는 부족하다는 거야?"
"정확히."
에밀리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타넨 같은 사람을 처벌한다고 해도, 그의 자리를 대신할 또 다른 타넨이 나타날 뿐이야.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길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안 돼. 문제는 시스템이야. 양심적이고 공익을 생각하는 사람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
마크는 그 말에 머리로는 동의했지만, 여전히 현실적인 의문이 남아 있었다.
"그런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미 시스템을 장악한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규칙을 만들 텐데."
에밀리는 미소를 지으며 마크를 바라보았다.
"맞아, 그래서 우리가 바꿔야 할 건 단순히 권력의 인물들이 아니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해. 사람들이 시스템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해. 지금은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있지만, 그들을 막는 건 사회의 집단적인 의지야."
그녀의 목소리는 더 강해졌다.
"결국 중요한 건 그 기준을 바꾸는 일이야. 탐욕적이고 이기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공익을 생각하는 사람들 역시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말이야. 그렇게 되면, 더는 '있는 사람이 더하다'는 말이 통용되지 않을 거야. 대신, 사람들은 '누가 더 공익을 위해 헌신하는가'를 기준으로 삼게 될 거야."
마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에밀리의 말이 가슴 깊이 다가왔다. 단순히 몇몇 개인의 욕심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그 욕심을 용인하고 심지어 보상하는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에밀리는 마지막으로 창밖을 다시 한 번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세상을 바꾸는 건 거창한 혁명이나 개인의 도덕적 각성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를 어떻게 재설계하느냐에 달려 있어.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결국,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지."
도시의 불빛이 창밖에서 반짝였고, 그 불빛 속에는 여전히 타넨 같은 사람들이 그들의 방식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에밀리는 그 빛 이면의 어둠을 보며, 그 어둠을 밝힐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한순간의 변화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구조였다.
'인사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기 쓰는 이유와 일기 잘 쓰는 방법 (0) | 2024.09.10 |
---|---|
수사학(Rhetoric)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글쓰기와의 연관성 (2) | 2024.09.10 |
창작 소설: 계단 위의 밤 (1) | 2024.09.03 |
창작 소설: 강 저편의 진실 (0) | 2024.08.31 |
창작 소설: 사진첩 속의 진실 (1) | 2024.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