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소설: 계단 위의 밤

그들은 오랜 시간 길을 걸어왔다.

 

길은 매 순간 거칠었고, 그들의 발은 돌에 채이기 일쑤였다. 어둠은 깊어졌고,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서로의 희미한 숨소리뿐이었다. 한때 그들은 이 길의 끝에 밝은 빛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끝없는 여정의 끝자락에서,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거대한 벽이었다.


그 벽은 차갑고, 거칠고, 지나치게 높았다. 누구도 이 벽을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들 중 몇몇은 절망했다. 

 

"이것은 불가능해," 

 

그들은 말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오랜 여정의 피로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앉아버렸다. 마치 그 자리에 주저앉아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그러나, 그 중 한 사람은 달랐다. 그는 벽을 응시했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 대신 결연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벽에 손을 대고, 그 차가운 표면을 천천히 더듬었다. 벽은 거칠고 냉혹했지만, 그는 그 안에 무엇인가를 느꼈다. 흔들리지 않는 그의 손은 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손과 발은 벽의 표면을 탐색하며, 마치 누군가 그를 위해 만들어둔 작은 틈과 돌출된 부분들을 발견해갔다. 

 

그는 비밀을 찾은 듯했다. 그의 손가락 끝은 벽을 오를 때마다 더 강해졌고, 그의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뛰었다. 

 

그의 발은 미끄러졌지만, 그는 다시 일어나 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는 문득 깨달았다. 이 벽은 더 이상 벽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계단을 오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벽이라 믿었던 그것은 사실 계단이었던 것이다. 

 

그 벽은 단지 올라가는 방법을 모를 때만 벽처럼 보였을 뿐, 한 걸음씩 올라가자 그것은 하나의 길이 되어 있었다. 

 

계단의 한 단을 넘을 때마다, 그는 그 아래에 있었던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있었고, 벽 앞에서 주저앉은 그들의 모습은 마치 희미한 그림자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계단은 길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 때로는 평평한 부분이 있어 정체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알았다. 그곳에서 멈추는 것은 스스로에게 내리는 판결과 같다는 것을. 

 

그는 계속해서 발을 움직였다. 매 순간이 새로운 도전이었고, 그는 그 도전을 맞이했다.


밤이 지나고, 첫 번째 햇살이 어둠을 깨뜨렸다. 

 

그는 마침내 정상에 섰다. 

 

그곳에서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동안 올라온 길은 더 이상 벽이 아니었다. 

 

그저 더 높은 곳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길은 끝이 없었지만, 그것이 바로 길의 의미였다.

 

계단은 벽이 아니었다. 

 

그저 오르기를 기다리는 또 다른 길일 뿐. 벽을 넘지 못한 자들은 영원히 벽의 아래에 머물겠지만, 그것을 계단으로 삼은 자는 언젠가 그 위에 설 것이다.

그는 다시 발걸음을 떼었다. 계단은 끝이 없었지만, 그 끝없는 길 위에서 그는 이미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