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소설: 묵은 바람의 향

길을 걷는

1장: 마른 잎의 흔적


나루는 언제나 조용히 숲을 걸었다. 숲은 그의 발밑에서 소리 없이 흔들렸고, 그는 그 움직임을 느끼며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의 종족은 태어날 때부터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는 말을 전해 내려왔다. 

 

그것은 곧, 자신의 숙원을 찾아가는 과정을 의미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명확히 주어지지 않았다. 나루는 그 숙원을 찾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그는 주변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다른 이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소한 것들, 바람이 남긴 흔적, 물결이 부딪치는 소리. 

 

그는 그것들이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조금씩 흔들어 놓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언제나 말하곤 했다. 

 

"사소한 것들은 큰 의미가 없어."


그러나 그 말이 진실일까? 나루는 자신도 모르게 그 작은 흔적들을 쫓고 있었다. 

 

마치 바람이 지나가며 남긴 흔적들이 그의 길을 안내하는 듯했다.

 

2장: 먼지 속에 숨겨진 길


나루가 처음으로 느낀 변화를 기억한다. 그것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그의 손끝에 무언가 아주 미세하게 달라붙는 느낌. 마치 먼지 한 줌이 그의 살결에 내려앉은 듯한 그 미세한 차이를, 나루는 처음엔 무시했다. 

 

아무도 그에게 그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 후로도 그는 계속해서 그 미세한 변화들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끝, 그다음은 발바닥. 매번 무언가가 덧붙여졌다. 그가 알지 못한 채로 행한 행동들이, 어느 순간 그의 몸에 묻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자신만의 숙원을 발견하기 마련이야,” 

 

노인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가 걸어가는 모든 길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하지만 그 길을 찾는 것은 아주 서서히 이뤄진단다."

나루는 그 길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몸은 이미 그 길을 걷고 있었다. 

 

매 순간 그는 자신이 취한 작은 행동들이 어떻게 자신을 형성해 가는지 모른 채, 그것이 서서히 그의 모습에 새겨지고 있었다.

 

3장: 바람이 전하는 이야기


어느 날, 나루는 숲 속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날렵한 발톱을, 또 다른 이는 나무껍질 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각각 다르지만, 모두가 숙원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 가는 중이었다. 나루는 그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그들은 그렇게 명확한 방향을 알고 있는 걸까?"

그러나 그들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 또한 처음에는 나루처럼 사소한 행동들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모른 채 걸어왔을 것이다. 그들의 손끝, 발바닥, 몸의 구석구석이 지금까지 그들이 살아온 방식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었다.


나루는 그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끝은 여전히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 아래에 흐르는 작은 진동을 느꼈다. 그것은 그의 몸 속에서 조용히 웅얼거리는 바람이었다. 

 

그는 이제야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4장: 어둠 속에서의 선택


시간이 흐르면서 나루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았다. 작은 거짓말, 타인의 눈에 띄지 않게 저질렀던 작은 악행들. 

 

그것들은 마치 땅에 묻힌 씨앗처럼 작아 보였지만, 그 씨앗은 이제 그의 몸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의 손끝이 점점 더 거칠어지고, 그의 발바닥에는 작은 돌기가 자라기 시작했다.


그는 그제야 자신이 이제껏 걸어온 길이 단지 발밑의 흔적만을 남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그의 몸에 직접 새겨져 있었다. 

 

그가 무시해왔던 모든 사소한 행동들이 그를 서서히 형성해왔던 것이다. 그 누구도 알지 못했지만, 그의 몸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나루는 두려웠다. 하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그가 선택한 길은 이미 그의 몸과 마음에 새겨지고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그는 그 길을 바꾸어야 했다. 더는 무시할 수 없었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길은 결국 그의 모습에 드러날 것이다.

 

5장: 숲의 마지막 속삭임


나루는 그 후로 조심스럽게 살아갔다. 매 순간 그는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며 걸었다. 숲의 나뭇잎 하나를 밟을 때에도, 바람에 스치듯 지나가는 먼지 하나조차도 무심코 흘려보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걸어가는 모든 길이 결국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알기 시작했다.


그가 나이 들어갈수록, 그의 몸은 점점 더 숙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의 손은 나뭇가지처럼 가늘고 섬세해졌고, 그의 발자국은 어느덧 땅에 깊게 새겨졌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이, 바로 그의 인생 자체였다는 것을 이제야 완전히 이해했다.

 

에필로그: 숙원의 끝에서


나루는 늙고 지친 몸으로 숲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의 손끝에는 이제 완전한 형태의 돌기가 돋아나 있었고, 그의 발자국은 땅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그는 마침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것은 이제껏 그가 살아온 모든 날들의 결과였다.

“모두가 자신의 길을 걸어왔구나.” 

 

그는 속삭였다. 그리고 그 길은, 남들이 알아보지 못한 작은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루는 그것이 자신만의 숙원임을 깨닫고 있었다. 

 

그의 모든 행동, 생각, 그리고 선택이 결국 그를 형성해 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