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소설: 흙 속의 꽃

배수로 속의 꽃

긴 겨울이 끝나고, 빗줄기가 거세게 내리치던 어느 날이었다.

 

도시의 구석구석을 흐르는 배수로는 회색빛 물결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물결은 시커멓게 탁해져 있었고, 사람들은 그곳을 더럽다고 여겨 가까이 가지 않았다. 물속에선 오래된 페인트 조각, 부러진 나뭇가지, 그리고 부유물들이 끊임없이 떠다녔다.

그러나 그 흐름의 한 구석에, 잊혀진 작은 땅덩어리가 있었다. 이 작은 흙덩이는 물길에 휩쓸리며 차가운 바람과 빗속을 떠다녔다. 처음엔 그저 흔한 잔해 중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 작은 흙덩이 속엔 생명이 숨쉬고 있었다.

 

비가 그치고, 

 

태양이 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얼굴을 내밀었을 때, 흙덩이는 우연히도 바위 틈새에 걸리게 되었다. 뿌리 내릴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없었다. 뿌리는 조심스럽게 흙 속을 탐색했고, 마침내 바위틈 사이의 작은 균열을 찾아내어 그곳에 자리잡았다. 그 뿌리는 아무도 알지 못할 만큼 깊이 내렸다. 누군가는 이 흙덩이가 다시 물속으로 휩쓸려갈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흙덩이는 단단하게 바위에 붙어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도시의 소음은 점차 잦아들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배수로를 신경 쓰지 않았고, 그 사이로 물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작고 하찮게 여겨지던 흙덩이 속에서 싹이 움텄다. 작은 잎이 빛을 받으며 천천히 자라났다.

 

이 잎은 희미하게 물결에 흔들리면서도 강한 생명력을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싹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배수로 속의 이 회색빛 도시에서, 그 꽃은 유일하게 빛나는 존재였다. 그곳을 지나던 사람들은 이 꽃을 보며 잠시나마 걸음을 멈추고,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 꽃의 생명력을 본받아 조금씩 용기를 얻어갔다.

 

도시의 소음과 오염된 물길 속에서도, 그 꽃은 한없이 자라났다. 꽃은 단 한 번도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곳이 비록 거칠고 험난한 환경일지라도, 그 안에서 자신만의 빛을 내뿜었다.

 

마치 그 모든 것은 하나의 거대한 극장이고, 이 작은 꽃이 그 무대의 주인공처럼 보였다.


아무도 보지 않던 곳에서, 그 작은 생명은 스스로의 자리에서 완전한 꽃을 피워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꽃은 그저 한 송이의 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 어떤 것도 자라지 못할 것 같던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 피어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상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