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소설: 내릴 수 없는 자전거

나는 오늘도 회의실에서 그들의 입을 바라본다. 

 

회의의 시작과 함께,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가져본 적도 없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논하며, 투자 계획을 떠들어댔다. 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입어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값비싼 옷을 휘감은 그들은, 자신들의 화려함을 자랑하면서도 어딘가 숨기려는 듯했다. 거대한 몸집에 걸쳐진 명품 옷들이 그들의 지나친 식욕과 과시욕을 숨기기엔 역부족이었다. 

 

옷 틈새로 비집고 나오는 군살들이 그들의 낭비된 시간과 생명의 흔적처럼 보였다. 나는 생각했다. 저들은 자신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욕망에 쫓겨가는 것이 아닐까?

 

가장 눈에 띄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외모와 몸을 관리하는 데 철저해 보였다. 완벽히 다듬어진 몸과 깔끔한 옷차림. 

 

그는 스스로를 '성공한 자'라 칭하며 자신의 방식이 옳다는 듯 떠들어댔다. 그러나 그를 보면서 나는 불쾌한 냄새를 맡았다. 그의 표정 너머에 감춰진 목적은 무엇일까? 그가 저토록 자신을 관리하는 이유는 결국 사람들에게 우월감을 느끼기 위함인가? 

 

아니면 그가 원하고 바라는 성공이 그만큼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기에, 그것을 감내하며 버텨내는 일종의 대가일까?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그 욕망의 끝자락을 더듬어 가는 찰나,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나는 흔히 말하는 사회적 약자다. 

 

특별히 나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터 뒤처졌다. 내가 가만히 있던 사이,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달려가 버렸다. 사람들이 부지런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때, 나는 그 부산물을 뒤에서 주워 먹는 기분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내가 잘사는 건지, 못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사실, 나는 한 번도 굶주리지 않았고, 추운 겨울에 옷이 없어 떨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안하다. 

 

이 정도로 충분한 것인지. 나만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닌지. 이 사회가 정한 기준에서 나는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달려간다. 그 속도에 맞추지 못하면 나는 뒤처질 뿐이다. 그러나 그게 정말 중요한가?

 

내 아들은 요즘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 

 

친구들은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며 자랑하는데, 우리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고, 그래서 자신이 거지 같다고 말했다. 한때 우리도 해외여행을 꿈꾸었다. 

 

매달 5만 원씩 저축해 5년 뒤에 여행을 가자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대출 이자와 카드값을 갚고 나면 남는 건 없었고, 오히려 더 빚을 지게 되는 달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잘 사는지 궁금할 뿐이다.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우리는 계속해서 달려야 했다. 어느새 나는 내릴 수 없는 자전거에 올라탄 기분이었다.

 

멈추면 넘어진다. 후진할 수 없고, 자전거를 버리고 내리는 순간, 나는 뒤처진다.

 

자전거에서 내려 걷는 사람들을 쓱 지나칠 때면 어딘가 모르게 승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그 승리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앞을 보면 더 빠르게 달리는 사람들이 나를 앞질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네 주위의 다섯 명이 너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과 어울리려 노력했다. 그들처럼 말하고, 그들처럼 행동하며, 그들처럼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그렇게 하면 나도 결국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들이 보장하는 미래를 나도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의문을 품는다. 이 끝없는 질주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돈이 많은 사람들, 성공한 사람들, 그들이 과연 행복한가? 그들이 얻고자 하는 목적이 정말 이 모든 고통과 욕망을 감내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나는 자전거에서 내릴 수 없다. 그리고 내릴 생각도 없다.

 

왜냐하면 나는 저 뒤에 뒤쳐진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