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소설: 풀과 양의 이야기

아기양과 엄마양

 

한 넓은 초원에서, 푸르른 풀들이 바람에 살랑이며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로 한 가족이 풀을 뜯고 있었어요. 엄마양과 아기양이었지요. 아기양은 한참 풀을 먹다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엄마, 왜 이 풀들은 우리가 먹는데도 가만히 있어요?"

 

아기양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습니다.

 

엄마양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아기양을 바라보며 대답했어요.

 

"이 풀들은 우리의 먹이로 존재하기 때문이란다. 우리에게 양분을 주기 위해 이렇게 자라나지."

 

아기양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대답이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았어요.

 

시간이 흘러, 엄마양은 점점 힘이 없어지고 결국 눈을 감았습니다. 아기양은 엄마양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슬피 울었어요.

 

시간은 흐르고, 아기양도 자라 부모가 되었어요.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자기 자신도 점점 힘이 없어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결국 아기양도 눈을 감았습니다.

 

아기 풀과 엄마 풀

 

그 초원에는 이제 작은 풀과 큰 풀이 비를 맞으며 자라고 있었습니다.

 

아기 풀과 엄마 풀이었어요. 시원한 비가 대지를 적시며 새싹들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아기 풀은 초원을 보며 엄마 풀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저 쓰러진 양들은 왜 가만히 있어요? 왜 저렇게 누워있기만 해요?"

 

엄마 풀은 잠시 생각하다가 아기 풀에게 대답했어요.

 

"저 양들은 이제 우리의 양분이 되기 위해 존재한단다. 우리가 자라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저 양들이 우리에게 주고 있어."

 

아기 풀은 엄마 풀의 대답을 듣고 가만히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비가 더 내리고, 초원은 더 푸르게 물들어갔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양들은 풀을 먹고, 풀은 다시 자라고, 다시 양들은 쓰러져 그 자리에 새로운 풀이 자라나기를 반복했지요.

 

이 초원에서, 서로가 서로의 생명에 기대어 존재하는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아기 풀과 아기양은 알지 못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주고받는 것이 단지 먹이와 양분 이상의 것임을.

 

그리고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오직 자신들의 시각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양들은 그저 풀을 먹는 존재로, 풀은 그저 양분을 주는 존재로만 여겨지며 초원은 그 끝없는 순환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인류가 음식을 바라볼 때 단지 먹을거리로만 생각하듯이 말입니다.

서로의 생명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주어진 역할에 따라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