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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오랜 시간 길을 걸어왔다. 길은 매 순간 거칠었고, 그들의 발은 돌에 채이기 일쑤였다. 어둠은 깊어졌고,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서로의 희미한 숨소리뿐이었다. 한때 그들은 이 길의 끝에 밝은 빛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끝없는 여정의 끝자락에서,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거대한 벽이었다.그 벽은 차갑고, 거칠고, 지나치게 높았다. 누구도 이 벽을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들 중 몇몇은 절망했다. "이것은 불가능해," 그들은 말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오랜 여정의 피로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앉아버렸다. 마치 그 자리에 주저앉아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그러나, 그 중 한 사람은 달랐다. 그는 벽을 응시했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 대신 결연함이..
1. 첫 만남루카는 열 살이었다. 강 건너편에는 그가 속한 마을과는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루카가 살던 곳에서는 어릴 때부터 강 너머의 세계가 위험하다고 가르쳤다. 강 저편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속이고, 해치려 한다고 했다. 루카는 이 가르침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의 부모와 마을의 어른들은 모두 같은 말을 했고, 루카는 그들의 말을 진리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루카가 어느 날 강가를 거닐고 있을 때, 강 저편에서 그의 또래로 보이는 소녀가 그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그녀의 이름은 리아였다. “안녕,” 리아가 말했다. “나는 리아야. 너는 누구니?” 루카는 그녀를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리아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지만, 루카는 리더가 한 말을 떠올렸다. ‘그들은 웃으며 너를 속일 것이다.’..
모든 것이 하얀 방에서 시작되었다. 그 곳은 창문도, 문도 없는 방이었다. 오직 사방을 에워싼 하얀 벽과 그가 앉아있는 작은 의자, 그리고 그의 손에 쥐어진 낡은 사진첩이 있을 뿐이었다. 사진첩을 쳐다보며 그는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다. 오래된 것 같지만 손때가 묻어 있는 사진첩, 어딘가 자신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진첩을 열자 첫 번째 사진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사진 속은 어느 한적한 도시의 광경이었다. 오래된 거리와 지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사진 속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이 있었다. 그는 분명 그곳에 서 있었다. 그 순간 그가 흥얼거리던 멜로디가 귓가를 맴돌았다. 낯익고, 생생하게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그 음률.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 멜로디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순간, 사진 ..
1장: 마른 잎의 흔적나루는 언제나 조용히 숲을 걸었다. 숲은 그의 발밑에서 소리 없이 흔들렸고, 그는 그 움직임을 느끼며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의 종족은 태어날 때부터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는 말을 전해 내려왔다. 그것은 곧, 자신의 숙원을 찾아가는 과정을 의미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명확히 주어지지 않았다. 나루는 그 숙원을 찾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어릴 때부터 그는 주변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다른 이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소한 것들, 바람이 남긴 흔적, 물결이 부딪치는 소리. 그는 그것들이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조금씩 흔들어 놓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언제나 말하곤 했다. "사소한 것들은 큰 의미가 없어."그러나 그 말이 진..
서문: 무너진 제국의 조각들제국은 한때의 영광을 뒤로하고, 이제는 억압과 불의가 지배하는 땅이 되었다. 계급 사회는 철저하게 자리 잡았고, 최하층민들은 끝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어둠 속에서도 옛 제국의 이상을 되살리고자 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제국의 재건을 꿈꾸며, 불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 반란을 도모했다. 제1장: 끈질긴 의지의 상징 - 벨라토르의 고문실벨라토르는 강철 같은 의지를 가진 반란군의 중심 인물이었다. 1년 넘게 잔혹한 고문을 받으면서도 그는 결코 동료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의 희망은 점점 더 흐려졌고, 어느 날 고문관의 입을 통해 반란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동료들은 대부분 배반하거나 죽었고, 자신이 죽은 줄 알고 아무도 구..
긴 겨울이 끝나고, 빗줄기가 거세게 내리치던 어느 날이었다. 도시의 구석구석을 흐르는 배수로는 회색빛 물결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물결은 시커멓게 탁해져 있었고, 사람들은 그곳을 더럽다고 여겨 가까이 가지 않았다. 물속에선 오래된 페인트 조각, 부러진 나뭇가지, 그리고 부유물들이 끊임없이 떠다녔다. 그러나 그 흐름의 한 구석에, 잊혀진 작은 땅덩어리가 있었다. 이 작은 흙덩이는 물길에 휩쓸리며 차가운 바람과 빗속을 떠다녔다. 처음엔 그저 흔한 잔해 중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 작은 흙덩이 속엔 생명이 숨쉬고 있었다. 비가 그치고, 태양이 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얼굴을 내밀었을 때, 흙덩이는 우연히도 바위 틈새에 걸리게 되었다. 뿌리 내릴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없었다. 뿌리는 조심스럽게 흙 속을 탐색했..